〈힐튼 서울 자서전〉



힐튼 서울은 1983년 건축가 김종성이 설계한 호텔이다. 당대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작이면서, IMF 연차총회와 서울 올림픽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순간들을 품어온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경영권 이전과 코로나19 시기 수익 악화로 재개발이 결정되며, 호텔은 철거 절차에 들어갔다. 〈힐튼 서울 자서전〉은 공간이 축적해 온 기억을 복원하고 기념하는 자리다. 전시의 시작은 1층이다. 여러 작가의 시선이 담긴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통해 힐튼 서울을 새롭게 조망한다. 그중에서도 나의 시선을 붙잡은 건 입구에 놓인 서지우 작가의 작품이다. 힐튼 철거 과정에서 나온 건축 자재를 활용한 작품으로, 한때 건물이었던 물성이 전혀 다른 존재로 변주되며 마치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한 층 더 올라가면 건축 과정에서 오간 서신, 호텔 교육 방침이 적힌 책, 다양한 사인물 등 힐튼 서울의 운영과 일상을 보여주는 아카이브를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3층에서는 힐튼 서울 철거를 둘러싸고 형성된 여러 담론이 정리돼 있고, 마지막 4층에는 힐튼 로비를 장식했던 크리스마스 조형물이 놓여 있다. 호텔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상징하는 기억이자, 공간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전시를 둘러보면 힐튼 서울은 더 이상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수많은 기억과 사건이 축적된 하나의 생애로 다가온다. 전시장을 따라 걷는 시간이 마치 한 생명의 장례식에 참여하는 일로 느껴졌다. 〈힐튼 서울 자서전〉은 사람들의 기억을 환기하고, 건축의 생애를 다시 묻는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참여적인 전시였다. 마침 근처에서 힐튼 서울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니, 사라지기 전 풍경을 직접 눈에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


